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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제 5 호 우리가 낭만이 없다고!?

  • 작성일 2023-09-05
  • 좋아요 Like 5
  • 조회수 14222
송지민

정기자 송지민 202110353@sangmyung.kr


#1.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사람들은 지난 몇 년 전부터 꾸준하게 우리 대학가의 모습을 보며 낭만이 사라졌다고들 해. 그런데,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가 낭만이 없다는 거야? 나는 아직 이십 대의 청춘인데! 도대체 왜, 어떤 이유에서 그런 말들을 하는 거야?


#2. 그들이 말하는 우리.

  낭만 없는 우울한 대학가... '새내기의 3월'은 옛말, 캠퍼스 낭만 사라진 '코로나 세대', 연대 의식이 사라진 대학 캠퍼스. 이게 바로 그들이 말하는 우리야. 

  이전에는 새 학기 때면 학과, 학생회, 동아리 등 신입생 환영회로 대학가 주변이 북적였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대. 왜냐고? 청년 실업과 경기 불황 등의 이유로 신입생은 곧 '조기 취준생'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토익학원과 고시학원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야. 그렇게 학생들은 취업 준비에 집중하면서 학교생활은 뒷전으로 미루게 됐고, 자연스레 동아리들은 점차 사라지고 대학가 주변 주점들도 한산해지게 된 거지. 

  그러다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했고, 우리는 학교조차 갈 수 없게 됐어. 대학에 입학하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연애도 하며 캠퍼스의 낭만을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신입생들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만 거지. 행복한 대학 생활을 꿈꾸며 고3(혹은 N수) 대학 입시 생활을 버텼을 텐데 말이야. 그렇게 약 2년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던 학교를 그제야 처음으로 다니게 되니, 학생들은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누가 알겠어. 이미 선배들은 모두 졸업하고 이제는 자기가 고학번이 되어버렸는 걸. 

  작년 여름, 한창 화두가 되었던 모 대학교의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민·형사소송 사건 기억나? 세 명의 학생이 노동자들의 집회로 인한 소음 때문에 학습권이 침해된다며 소송을 걸었었지. 그 사건으로 세간에서는 우리 모두를 마치 개인주의적인 성향 때문에 연대 의식을 잃어버린 세대로 인식하는 것 같아. 물론 우리 세대가 갈수록 개인주의 성향이 짙어진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게 과연 잘못된 걸까? 그리고 이렇게 된 상황이 우리만의 잘못일까? 우리는 어려서부터 나 자신이 가장 중요하며 그다음으로 가족과 친구, 그리고 이웃으로 퍼져나가는 것이라고 배웠잖아.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좋은 대학, 좋은 직업을 가져야 '성공한 어른'이 되는 거라고 가르쳤으면서.

  아, 그렇다고 내가 그 학생을 옹호하는 건 아니야.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엄연히 다르다는 거 알지? 이기주의는 자신의 이익만을 중시하여 타인과 사회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개인주의는 사회의 이익에 앞서 자신의 가치를 더 중시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 둘을 비슷한 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 다소 민감한 주제이다 보니, 나는 여기서 그만 말할게!


#3.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아무리 요즘 대학생들은 낭만이 없다고 한들, 내가 볼 때 지금 우리는 대학 생활을 충분히 잘 즐기고 있는 것 같아. 물론 코로나 학번들은 안타깝게 됐지만 말이야. 혹시 다들 작년 축제 기억나? 여러 학과와 동아리들이 준비한 다양한 콘셉트의 부스와 가지각색의 먹거리들, 그리고 기대에 찬 얼굴로 캠퍼스를 누비는 학생들을 난 기억해. 아티스트 공연으로는 싸이랑 잔나비가 왔었잖아? 그때 나는 무대 앞에서 시큐리티를 섰는데, 아티스트 공연에 환호하며 같이 뛰고 있는 내 앞의 수백 명의 학생들을 보고 있으니 정말 묘한 감정이 들더라. 뭔지 모를 안쓰러움과 애틋함 그사이... 그런 기분이 들었어. 2년 만에 학교로 돌아와 즐긴 축제를 기점으로 우리의 캠퍼스는 점점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것 같아. 학교 주변의 새로 오픈한 식당과 카페, 그리고 다시 활성화된 MT와 각 단대별로 진행하는 행사들까지 말이야. 

  이외에도 시험 기간의 과방에 모여 다 같이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며 각자의 한탄을 늘어놓는 모습을 보면 되게 웃음이 나. 하는 말들은 모두 '너무 힘들다', '공부 진짜 하기 싫다'와 같은 부정적인 말들인데, 그런 말들을 친구들과 나누는 순간만큼은 다들 웃고 있거든. 되게 모순적인 그 모습이 나는 정말 웃기고 즐거워. 그리고 가끔 사범관 앞 잔디밭을 지나가다 보면 친구들끼리 혹은 연인끼리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다정히 얘기하는 모습을 보는데, 그렇게 편안하고 행복해 보일 수가 없더라. 이런 것들이야말로 진짜 캠퍼스 낭만 아닐까? 아직도 우리가 낭만이 없다고 생각해?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4. 사실 난, 낭만 빼면 시체야.

  듣기엔 조금 웃길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야. 나는 낭만을 좇으며 살아가는 멋진 이십 대거든! 그럼, 이제부터 내가 지금까지 우리 캠퍼스에서 찾은 낭만들을 얘기해줄게.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나는 사범관 앞 잔디밭 벤치에 앉아 멍때리며 노을을 보는 걸 좋아해. 잘 몰랐는데, 노을이 질 때 하늘의 색이 생각보다 빠르게 변하더라고? 하얀 구름과 함께 파랗던 하늘이 점차 핑크색과 보라색으로 변하고, 그다음에는 주황색으로 물드는데 정말 예뻐서 눈을 뗄 수가 없더라. 그리고 그런 광경을 보는 데에 30분 안팎이면 충분한데, 어때? 개강하고 시험 기간이 되기 전에 여유롭게 시도해볼 만하지 않아? 

  그리고 우리 학교가 고지대에 있는 만큼 위에서 보는 풍경이 되게 운치 있는 거 알지? 공강 시간에 친구랑 같이 밥 먹고 소화시킬 겸 얘기하면서 캠퍼스 한 바퀴 스윽 돌면 리프레쉬도 되고 좋더라. 특히 에스컬레이터 있는 쪽 큰 바위 위에 올라서면 마치 등산한 것 같은 기분이어서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더라고! 우리 '바쁘다바빠 현대사회'에 살다 보니 날 잡고 등산할 기회가 별로 없잖아? 뒷동산으로 운동하러 간다는 마음으로 상명대학교 등산도 추천할게! 

  마지막으로는 '캠퍼스 낭만'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인 MT에 대해서 얘기해보고 싶어. 나는 신입생 환영회, 개강파티, 종강파티, MT 모두 경험해 봤는데, 앞선 세 가지는 몰라도 MT까지 그저 술이 목적이 되는 것이 항상 아쉬웠어. 나는 'MT'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바베큐 파티를 한 뒤에 숙소에서 빙 둘러앉아 기타 치면서 다 같이 노래 부르고 밤새 웃고 떠드는 모습이 그려졌거든. 미디어에서 MT가 그런 모습으로 많이 비춰진 까닭인지 나는 항상 그런 그림을 상상했었어. 그래서 이번 여름방학에 계획되었던 MT에서는 나의 이런 로망을 꼭 이루고자 여러 가지 게임들과 콘텐츠를 준비해 갔어. 예능 프로에 나오는 퀴즈 게임들과 팀별로 요상한 포즈를 따라 사진 찍어 오기, 바베큐 파티를 한 뒤에 기타 치며 다 같이 노래 부르기, 그리고 밤에는 노래방 기계와 함께 춤 추기(참고로 우린 독채 펜션에다가 주변 숙소들은 멀리 떨어져 있었어!) 등 정말 너무 재밌었어! 그때 생각이 나서 지금 내가 조금 흥분했는데, 여튼 너희도 나와 같은 로망을 가지고 있다면 꼭 이루고 졸업했으면 좋겠다. 


#5. 너희들 생각은 어때?

  지금까지는 내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만 나열한 것 같은데, 너희는 어떻게 생각해? 정말 지금 우리 대학생들이 낭만을 잃은 채 개인주의적으로 살아가는 것 같아?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우린 어렸을 때부터 끊이지 않는 경쟁 사회 속에서 고등학교 입시와 대학 입시를 경험했고, 지금은 취업 시장으로 달려가고 있으니깐 말이야. 당장 내 옆에 있는 동기들과 선후배들이 마냥 친구가 아니라 경쟁자로 보이기도 하겠지. 그건 나도 동의하는 바이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하지만 우리가 항상 그런 건 아니잖아? 사람들의 말처럼 정말 우리 대학에는 이제 낭만이 남아있지 않다면, 지금까지 내가 봐왔던 모습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면서 좌절하다가도 학생회관 앞 꽃나무 하나에 줄줄이 서서 환하게 웃으며 사진 찍는 그런 모습들. 아니면 수업에 지쳐 퀭한 얼굴로 다니다가도 고작 고양이 한 마리에 반짝거리는 눈으로 핸드폰부터 꺼내 드는 그런 모습들 말이야. 이처럼 우리는 서로 경쟁하면서 발전하고, 그리고 그 속에서 함께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며 우정과 사랑을 약속하는 것 같아. 그리고 그게 낭만인 거지. 너희들 생각은 어때?






메인사진_상명대학교 인스타그램_https://www.instagram.com/p/CeLfVQvPt6f/?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id=MzRlODBiNWFl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