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정보 인식의 덫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정보 인식의 덫
202010189@sangmyung.kr 정기자 장아현
현대사회는 말 그대로 정보의 홍수이다. 허공에 수많은 정보가 떠다니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아니 굳이 마음을 먹지 않더라도 새롭고 흥미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모든 이의 손에 항시 들려있는 핸드폰이 곧 하나의 채널이 되어주고 있는 셈인 것이다. 그것도 완전한 맞춤형 채널로서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많은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또 많은 정보를 접하는 만큼 그것들을 올바르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많은 정보가 주어질수록 정보 인식 과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정보를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현대인들에게는 숱한 정보들 사이에서 인식의 오류를 피하고자 하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알려면 먼저 어떻게 접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정보 인식의 과정을 스스로 자각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정보 인식의 오류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정보 편식의 범인, 확증편향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 등과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이는 편향된 사고방식인 것이다. 그럼 이쯤에서 드는 의문이 있다. 새로운 정보를 얻으려는 과정에서, 대체 어떠한 이유로 우리는 왜곡된 정보에 시선을 빼앗기게 되는 것일까?
바로 ‘개인화 알고리즘’ 사회에서 그 답을 엿볼 수 있다. 현대인들은 수많은 알고리즘에 둘러싸여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정보들을 제공받고 있다. 개별적인 데이터들을 수집하여, 이를 바탕으로 각 개인이 관심 있을 만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이다. 흔히들 알고 있는 유튜브 영상 추천란과 소셜 커머스 추천 상품 등을 개인화 알고리즘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정보를 찾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다만 우리는 이러한 편리함과 함께 개인화 알고리즘이 우리에게서 빼앗아 가는 것들 또한 생각해봐야만 한다. 특히 정보를 인식하는 과정에 있어서 말이다. 개인화 알고리즘을 통해 만난 정보는 제한성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특정한 개인을 위해 선별된 것이기 때문에, 제한적인 주제를 접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관심사에 최적화된 정보 제공은 정보 수용자의 시야를 좁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맞춤형 정보’라는 말 그대로 보고 싶은 것들만 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알고리즘에 갇히게 되는 것을 일명 ‘필터버블(Filter Bubble)’이라고 한다. 필터버블이란 사용자가 온라인 알고리즘에 의해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거나 이를 강화하는 정보와 의견들만 접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개인에게 필터링된 정보 제공의 의존으로 인해 본인만의 거품에 가둬지게 되는 것이다.
필터버블 현상을 나 또한 경험한 바 있다. 고등학교 시절 방송부 활동을 하며 점심 방송 대본을 쓸 때였다. 점심 방송에는 시사 소식 몇 가지를 소개해주는 코너가 있었고, 나와 다른 친구 한 명이 요일별로 번갈아 가며 작성하였다. 그때 우리는 다른 친구들로부터 요일별로 시사 소식의 분야가 정해져 있는 줄 알았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각자의 취향이 반영된 뉴스들이 제공되는 환경 속에서 우리도 모르게 편파적으로 정보를 접하고 있던 것이다. 분명 같은 포털 사이트에서 전달할 시사 소식을 선택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처럼 내 의견에 부합하는 정보만 지속적으로 제공받는 것은 다양한 의견을 접할 창구를 차단하는 것과 같으며, 결과적으로 확증편향을 지니게 한다는 면에서 매우 위험하다. 현재 우리 사회는 언제 어디든 개인화 알고리즘이 존재하고 있는 환경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의식 여부와 무관하게 사고체계 및 판단과정에서 알고리즘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일반화 오류, 하나를 보면 열을 알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이는 ‘일반화’의 개념을 설명하기에 적절한 문장이다. 정말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을까? 일반화란 소량의 몇 가지 사례와 정보를 바탕으로 의견 및 태도를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몇 가지의 경험으로 그 전체의 속성을 섣불리 단정 짓는 데에서 생기는 오류를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한다. 일반화 오류는 정보 인식 과정에서 가장 많이 범하는 실수이다. 우리가 일반화 오류에 취약한 이유는 패턴을 찾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몇 가지의 공통된 정보를 습득한 후에 이를 하나의 규칙으로 일반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기존의 경험 및 정보에 입각하여 만들어낸 규칙으로 인해, 새로운 정보를 왜곡하여 습득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외에도, 무조건적 전제에 근거한 ‘단순화의 오류’와 논리적 근거 없이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근거 없는 비난의 오류’ 등의 인지과정에서의 오류가 있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쉽사리 범하는 것은 물론이며, 사회적 이슈를 뉴스에서 접할 때도 빈번히 발생하는 오류이다. 이와 같은 오류는 정보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인식한다는 것 자체가 객관적 환경을 주관적으로 내재화시키는 것일뿐더러, 인간이 본인의 내적 인식 과정을 명확히 의식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객관적인 정보를 제대로 마주하기 위해서는 오류를 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대표성’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해야 한다. 내가 축적한 표본들이 대표성을 지니고 있는지에 집중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대다수의 강남 학부모들이 정시 확대에 찬성한다는 정보를 바탕으로, 학부모들은 정시 확대를 희망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대표성을 무시한 것과 같다. 이처럼 대표성이 없는 표본을 바탕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편향된 사고를 형성하는 지름길이 된다.
정보 인식의 오류 속에서 살아남기
정보화 사회에 들어서며 정보와 지식 그 자체들이 중요한 사회적 가치가 되었다. 정보를 창출하고 처리하고 공유 및 활용하는 일련의 과정이 자원으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정보의 개념 확장은 정보의 양이 불어난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더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주어진 이 기회를 우리는 잘 활용하고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다양한 정보들이 사고의 폭을 확장시켜주었냐고 물으면, 그 누구도 쉽사리 고개를 끄덕이지 못할 것이다. 인터넷 뉴스가 활발해지기 시작할 즈음부터 문제 제기되었던 가짜뉴스는 현재까지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으며, 현대인들은 각종 플랫폼에서 본인의 관심사 또는 성향에 부합하는 정보들만을 접하고 있다. 정보화 사회는 오히려 정보 인식 과정의 문제 환경을 조성했다면 한 것이지, 개선까지는 이루어내지 못한 것이다. 현대사회가 다원화된 만큼 현상을 단면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전체를 바라보며 논리 관계를 뜯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정보를 취사선택할 수밖에 없는 빅데이터 시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즉, 정보를 올바르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나 정보화 사회의 덫에 걸리게 된다. 정보 인식 과정에서의 오류가 위험한 이유는 이것이 나와 동떨어진 문제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을 통해 정보 인식 과정의 오류를 인지하였다면, 보다 정보를 새로운 시각으로 맞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참고문헌>
박설민(2020), 편견 부추기는 AI의 ‘확증편향’, 개선될 수 있을까, 시사위크, 2020.10.21.,
<http://www.sisaweek.com/news/articleView.html?idxno=138491>
김남근(2019), 오류의 덫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한민국, SNS INSIDE, 2019.04.09.,
<http://www.snsinsid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