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치즈
- 작성자 이원호 (2019 입학)
- 작성일 2021-10-14
- 조회수 2524
안녕하세요, 교육학과 19학번 이원호입니다. 어쩌다 보니 이런 귀중한 기회를 얻어 글을 적게 됐습니다. 이 글을 적게 된 이번 3학년의 첫 번째 방학 동안 저는 집에서 여러 일들을 했습니다. 미래를 위해 자격증을 따거나, 알바를 하며 돈을 벌고, 교육학과를 졸업해 대기업에 취업하신 선배와 만날 기회가 생겨 관련 직무에 관해 많이 배웠습니다. 사실 마지막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제 삶에 교육학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다른 분들께 조금 죄송하지만 인생을 하나의 치즈로 본다면 블루치즈의 곰팡이와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다른 동기들이나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의 경우는 곰곰이 고려하지 않는다면 제가 교육학과라는 것을 가끔 잊게 될 정도입니다. 그런데 ‘교육학과와 나’라는 주제로 글을 쓰게 돼 제가 어떻게 교육학과와 만나게 됐는지부터 시작해 천천히 진행해보고자 합니다.
제가 교육학과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상담을 꿈꾸고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실제 상담을 4년 동안 다니면서 심리상담가를 장래희망으로 정하고 이를 위한 길을 알아보던 중 교육학과라는 길을 알아보게 됐습니다. 그 당시 저는 교육학과를 하나의 계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상담가로서 거쳐 올라가야 할 하나의 단계였던 것입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미래에 오르게 될 언덕을 알아보지 못한 불쌍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오르는 것과 물리적으로 오르는 것을 동시에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암튼 입학 전의 저의 모습은 목표 하나만을 바라보며 다른 것은 많이 놓치고 있던 사람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덕을 오르랴 종아리 근육이 터지는 것을 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명대생이었던 것이=입니다.
언덕을 오르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교육학과를 다니며 들었던 생각도 이어서 설명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제가 상명대 교육학과를 다니면서 제일 부러웠던 사람들은 7016 버스를 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물론 그들에게도 그들만의 고충이 있겠지만 전 제 다리 근육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었기에 많이 부러워했었습니다. 그런데 7016 버스를 타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제가 너무 어렸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제가 이전에 학과 선배와 학교 근처에서 늦은 시각까지 술을 진탕 마시고 집까지 걸어서 가야 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그때 대략 1시간 30분 정도 걸려 집에 도착했던 경험이 있는데, 이 시간은 다른 사람들이 7016 버스를 타고 집에서 학교까지 통학하는 시간과 거의 비슷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철이 없었던 것입니다. 당장 다리가 아프다고 해서 그 언덕만 보고 세상을 재단하려 했으니까 말입니다. 제 동기 중에서 가장 멀리서 통학하는 친구를 보면 언제나 존경심과 미안함을 가집니다. 그는 가장 멀리서 통학함에도 가장 일찍 오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멋지게 빛나려 노력하는 그들에 반해선 아직 저는 무언가 열의가 부족한 편이라고 생각해 항상 반성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이번에도 모르겠지만 저는 적어도 제 속에서 그렇게 보고 배워가고 있습니다.
위에서 제가 저희 학교의 언덕을 통해 교육학과에서의 제 모습 중 내적인 면모를 다뤘다면 이번에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통해 외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는 지금 코로나19 사태로 진행을 못하고 있는 연극을 했던 마지막 학번입니다. 후일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그 연극이 정말 큰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과 노력하고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연극이 끝났을 때의 복받쳐 오르는 그 감정은 내 기억 속에 생생히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제 배역이 연극을 이끌어가는 역할이라 장장 2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한숨도 쉬지 못하고 뜨거운 조명 아래 있어 땀이 마를 일이 없었지만, 끝났을 때의 시원함은 에어컨의 인공적인 바람이 아닌 가슴속에 응어리진 것들이 훤하게 뚫리며 생긴 감정이었습니다. 지금에 와 생각해 보면 아쉬운 부분도 많고 서러운 부분도 많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개인 시간을 가지며 연습할 때 저는 쉬는 파트가 없어 거의 모든 연습에 참여해야 했었습니다. 세세한 연기나 제 개인 시간이 뭔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오히려 이런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다니는 교육학과에 대한 강렬한 추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제가 학교를 다니면서 들었던 생각과 있었던 이야기를 말하고 보니 제가 처음 썼던 비유에 대한 의미가 차츰 다르게도 느껴집니다. 제 인생에서 교육학과의 비중을 블루치즈의 곰팡이 정도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그 곰팡이가 없으면 치즈로써 갖는 위상이 저는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블루치즈를 볼 때 치즈의 부분이 아닌 곰팡이의 부분을 보며 블루치즈인 것을 깨닫는 것처럼, 어떻게 보면 씁쓸하고 강렬한 그 기억들이 제 교육학과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그런 추억을 더 못 쌓고 있어 많이 아쉽지만 지금은 그 생각들을 잘 숙성시키고 있습니다.
제가 보는 교육학도 블루치즈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든 교육이 일어나지 않는 분야는 없습니다. 비록 그 모습이 작을 수도 있지만 다양한 형태로 교육은 존재하며 그 안의 영향력은 거대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교육의 미래는 끝나지 않을 것이며 이 글을 유심히 읽는 여러분의 미래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현재는 상담가라는 직업을 어느 정도 내려놓은 상태이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교육학과에 작은 부분이라도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마치 블루치즈의 곰팡이와 같이 말입니다. 제가 연극을 준비하며 장난 식으로 찍은 사진을 올리며 이상 글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