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과와 나
- 작성자 김광민 (1996 입학)
- 작성일 202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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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학번으로 입학한 저는 2003년에 영어교사가 되었습니다. 입학하여 배웠던 여러 교육학 분야를 수강할 때는 도대체 이런 고리타분한 이론과 학자들의 견해를 아는게 ‘교사가 중고등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무슨 도움이 될까 ‘ 싶어 회의적인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과제를 하면서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글을 쓰는지도 모르고 그저 주어진 과제를 해내야 학점을받고 졸업을 할 수 있으니 해치워야 한다는 기분으로 수업을 들었었지요.
대학 시절 저는 개인적으로 영어 공부를 매일 했던 것이 떠오르네요. 고등학교에서 문법 번역식의 입시 위주로 공부했다면 대학생이 된 뒤에는 회화, 듣기, 쓰기 위주로 마음껏 사교육을 자진해서 받았었네요.
그게 뒷받침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당시에는 임용 시험에 도전하는 졸업생, 재학생들이 많지 않았는데 저는 교사가 되어 영어를 잘 가르쳐 보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잠시 회사 생활을 하기도 하고, 어학연수도 졸업 후에 다녀 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다양한 경험과 그토록 싫어하고 재미없게 느껴졌던 교육학 배경지식이 교사가 되고 나서 교사 김광민의 말, 행동, 눈빛, 손짓으로 투영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방향의 살아있는 수업을 디자인 하려면 가르치는 기능, 영어능력, 영어 교수법이 주인이 되기 보다는 이런 지식과 기능을 기본 자원으로 갖추고 학생과 또는 학부모와, 또 다른 교사 동료와 “ 만남”이 이루어질 때 실현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교육학과 새내기가 되었을 때 정영근 교수님이 강의 해주신 “ 인간과 교육의 이해” 가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코로나19로 학생들과의 물리적 대면이 어려워진 지금 , 수업 시간만 때우고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교사를 선택하는 임용 지망생이 늘어가는 지금, 교육의 문제를 현대사회의 비인간화에서 찾고 “만남”의 의미를 강조한 마틴 부버의 만남의 교육철학은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다시금 다잡게 하는 저의 뿌리입니다. 그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교육 철학의 이론들이 교사가 되고 20년을 근무한 지금에서야 사범대학이 왜 중요한지, 예비 교사가 될 교육학과 학생들에게 교육 철학 강의가 왜 필요한지 분명히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육학과 후배 여러분!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여 주세요. 지금 배우고 있는 교육 심리, 교육 철학, 교육 사회학 등 모두 여러분들이 교사가 되고 나서 학생, 학부모, 동료 교사들과의 상호 작용의 밑거름이 되고 여러분을 “좋은 교사” 답게 만드는 거름이 될거예요. 저는 교사가 되고 매년 수업공개를 하며 교실 수업 개선을 위해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나 교육청 주관 대회, 연구회 활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좋은 교사”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중년의 부장교사, 교과 대표 교사의 역할을 해나가야만 하는 위치에서 새내기 교사들에게 모델링이 될 수 있는 교사가 되자는 신념으로 교직 생활의 후반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교육학과 후배 여러분들의 꿈을 응원하고 이 중에서도 교사가 되려는 꿈을 갖진 후배들에게는 포기하지 말고 앞을 향해 달려보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