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이 없는 결과는 없다’
- 작성자 윤영인 (2004 입학)
- 작성일 2021-10-14
- 조회수 4069
안녕하세요. 상명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중학교 국어 교사로 재직 중인 윤영인입니다.
처음 40주년 기념 책자 제작에 초대해주는 연락을 받았을 때는 반가운 마음에 가능하다면 참여하겠다고 답신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깊게 생각해보지 못하고 답신한 선택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남들보다 특별한 사연이 있지도 않으면서 기념 책자에 들어갈 글이라니. 저보다 훨씬 치열하게 대학교 시절을 보냈던 선배님들이나 동기, 후배들 앞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제가 교육학과를 빛낼 수 있는 일이나 특별한 경험을 전해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떠올랐던 교육학과에 대한 마음을 전하고자 이 글을 씁니다.
저는 고등학교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 앞에 서거나 발표를 하는 일은 꿈도 꿔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꽤나 무난한 학생이었습니다. 교사라는 꿈을 갖게 된 것도 어찌보면 사명감보다는 약간의 호기심과 안정감의 결합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사실 교육학과에 진학한 것만으로도 막연한 안도감을 가졌습니다. 당연히 교육학에 대한 관심도 크지 않았습니다. 교육학 개론과 발달 심리부터 시작된 교육학 수업. 불성실하게 듣거나 포기한 경우는 없지만 그렇다고 뛰어나고 우수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조별 과제와 발표해야 하는 일들이 늘어났고, 그때마다 새벽 별을 보는 일도 늘어났지만 조금씩 다른 사람들과 협동하고 앞에 서는 일에 적응되어 갔습니다. 또 사람에 대한 이해와 교수학습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중학교 학생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과연 교과 지식이 우선시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 생각해보곤 합니다. 반대로 교육학의 필요성에 대해서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너무나 다양한 환경에서 자란 학생들이 좁은 공간에 모여있다 보면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지게 됩니다. 개별적인 인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자꾸만 옆으로 다가오는 학생들이 짐처럼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똑같은 수업도 반마다 학생마다 다르게 반응하기에 다양한 교수법과 평가 방법을 시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교육학과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들은 제가 이런 순간들을 헤쳐나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흥미와 호기심을 갖고 탐구했던 교육 심리학부터 낙오되지 않으려고 바둥거리며 공부하던 교육 평가에 이르기까지. 그때는 순간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학생들 앞에 부끄럽지 않을 교사의 자격을 입혀주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만 하지 않습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단순히 지식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거쳐왔던 배움의 과정과 순간을 한껏 담아 보여주게 됩니다. 교육학과에 들어온 여러분 역시 어쩌면 미래의 학생들과 지금 여러분의 삶의 조각을 만나 보여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깊게 파려면 일단 넓게 파봐야 한다.’라고 했던 스피노자의 말처럼 깊이 있는 교사가 되기 위해 부족하더라도 더 많은 것을 시도해보고, 끝까지 갈 수 없을 것 같더라도 일단 시작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것들이 실패하든 성공하든 분명 여러분만의 교육에 대한 철학을 만들어 주리라 믿습니다.
나무 밑동에서 살아 있는 부분은 지름의 10분의 1정도에 해당하는 바깥쪽이고 그 안쪽은 대부분 생명의 기능을 소멸한 상태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안쪽의 중심부는 나무가 사는 일에 간여하지 않지만, 나무의 전 존재를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버티어준다고 합니다. 저는 교육학이 바로 이 나무 안쪽의 중심부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시험이라는 제도 안에서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교과의 지식이 더 강조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학교에서 학생들과 마주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은 교과가 아닌 교육학입니다. 빠르게 쏟아져 나오는 정보와 지식의 홍수 속에서 한 사람을 온전히 바라보고 이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육학과를 통해 사람을 더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하는 방법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가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