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을 만나다 (31)먹감나무 뒤주(斗廚)
- 작성자 학예사
- 작성일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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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주는 곡식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된 가구이다. 가로 변의 길이가 100cm 내외 되는 큰 크기의 쌀뒤주와 30~50cm 정도 되는 작은 크기의 잡곡 뒤주로 나뉜다. 쌀이 주식인 우리나라에서 쌀뒤주는 부(富)를 상징하는 가구이다. 조선시대 상류층의 대저택에서는 찬방(饌房)에 두고 사용하였으며, 일반 가정에서는 주로 대청에 두고 사용하였다. 뒤주의 다리는 쥐 또는 해충, 습기의 피해를 막기 위하여 다른 가구에 비해 2배 정도 길게 제작되었다. 대부분 천판(天板_가구에서 가장 위의 면을 막아주며 마감하는 판)의 절반 내지 2/3 정도를 여닫는 문으로 제작해 곡식을 퍼내기 쉽게 하였다. 앞판은 통판으로 나뭇결의 무늬를 살려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였다.이 유물은 찬장(饌欌)을 겸한 뒤주이다. 뒤주의 하단에 찬장을 두어 반찬과 그릇 등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렇게 하단에 찬장을 단 뒤주는 서울 · 경기지역에서는 많이 제작되지 않은 형식이다. 이 뒤주는 앞판을 아름다운 문양의 먹감나무로 제작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먹감나무는 자연적으로 생성된 검은 색 심을 지닌 감나무로, 나무를 켤 때 뚜렷하고 자연스러운 문양을 얻을 수 있다. 대부분의 뒤주는 앞판이 통으로 제작되었으나, 이 뒤주는 상부 뒤주의 앞판과 하부 찬장의 앞판을 각각 4등분 하고, 뒤주 부분은 가로 문양을 살리고, 찬장 부분은 세로 문양을 살려 장식성을 높였다. 앞판 상단의 자물쇠의 밑받침인 앞바탕에는 큰 글자로 부귀(富貴), 작은 글자로 수복강녕(壽福康寧)이라 양각되어 있어 당시 사용자의 염원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