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을 만나다(48)<유럽의 향기 도자기에 머물다>展 특집 ⑥ - 리차드 지노리 티세트
- 작성자 학예사
- 작성일 2019-02-11
- 조회수 7686
본 소장품은 이탈리아의 리차드 지노리사가 제작한 커피잔 세트이다. 에스프레소를 마시기 위한 커피잔이 메인으로, 커피잔 받침, 대, 중, 소 3종의 접시, 보올, 주전자, 프림기가 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르네상스 시기의 은제 식기를 모방한 형태로 주문양인 진분홍색의 장미와 레이스 문양의 테두리가 조화를 이루며 귀여움을 자아내고 있다. 각 접시마다 완만한 곡선처리를 한 후 네 곳의 테두리에 반원의 요철을 만들어 장식효과를 주고 있으며 커피잔과 받침도 사각의 끝을 둥글게 마감 처리하였다.
16세기 이탈리아 마르코 폴로에 의해 중국의 도자기가 유럽에 전래 된 후, 1575년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공방에서는 중국의 도자기를 모방하기 위한 시도가 최초로 이루어졌다. 이 결과 투명한 기형(器形)도자기가 생산되었는데 이를 ‘메디치 도자기’라 부른다. 하지만 생산된 도자기는 경질의 단단한 도자기가 아니라 다양한 백토와 유리, 유리원료의 혼합물을 섞어 만든 부드러운 연질 도자기였다.
1735년 광물학에 남다른 조예를 가진 토스카 대공국의 카를로 지노리(Carlo Ginori) 후작이 경질 도자기의 발상지인 독일의 마이센에 필적할 만한 가마를 만들고자 백토와 도자기 연구를 거듭한 끝에 이탈리아 최초로 백자를 구워내는 데 성공하였다. 이후 피렌체에 가까운 도치아(Doccia)에 가마를 설립하였으며, 1896년에는 밀라노의 리차드 도자기와 합병되면서 ‘리차드 지노리’ 로 호칭되었다. 이어 1956년에는 라베노의 도자기회사와 두 번째의 합병을 거치면서 이탈리아 최대의 도자기 브랜드로 거듭나게 되었다.
지노리 자기의 대표적인 패턴은 금색과 푸른색의 띠, 과일과 작은 꽃들로 장식된 ‘이탈리안 후르츠’ 시리즈로, 초창기부터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본 소장품인 ‘앤틱 로즈’ 문양도 18세기 후반에 제작되어 유럽의 상류사회에서 절찬을 받았던 작품으로 20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